▲ 1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화성 태안3지구 원주민대책위원회는 "잘못 제작된 만년제 지도 때문에 태안3지구가 15년째 표류하게 됐고 관련기관들은 이 사실을 은폐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데일리와이

화성시 안녕동 일대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이 만년제[경기도 기념물 161호] 위치를 잘못 표기한 지도에 의해 15년째 표류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성태안3지구 원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주찬범·향토학자]는 1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안3지구의 파탄원인은 경기도기념물 제161호인 만년제[萬年堤]의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경기도박물관의 "경기도 문화유적지도[1999년 제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태안3지구[118만8천㎡]는 정조대왕 부자가 나란히 묻혀 있는 융·건릉[隆.乾陵.사적 206호]과 사도세자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중건한 용주사, 정조가 축조한 저수지 만년제 등 문화유적으로 인해 부지의 95% 이상이 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만년제의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경기문화유적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 경기도기념물 제161호인 만년제[萬年堤]의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경기도박물관의 "경기도 문화유적지도[1999년 제작].

당시 지도에는 실제 만년제가 아닌 중외제약 옆 저수지를 만년제로 잘못 표기했다. 이로 인해 만년제와 태안3지구간의 실제거리가 150ｍ인데도 500ｍ 이상 떨어진 것으로 오인하게 됐다.

이로 인해 태안3지구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2000년] 작성에 나선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지표조사에 만년제 자체를 누락시키는 우를 범했다. 결국 경기도는 2003년 4월 태안3지구 사업인정을 승인했다.

그리고 경기도와 화성시, LH 등은 토지보상을 마친 지난 2003년 이후 만년제 위치 오판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지만 잘못 은폐를 위해 사업취소가 아닌 강행을 택했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이날 용주사 측이 태안3지구 개발사업에 개입한 사실도 공개했다.

주찬범 위원장은 "LH공사와 경기도 등은 만년제 누락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개발반대를 주장하던 용주사 달래기에 나섰다"며 "실제 용주사 측이 개발반대 철회조건으로 내세운 송산4리 7만6천㎡평[용주사와 연접]을 보상비 500억 원을 들여 8개월 만에 추가로 수용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태안3지구 사태에 대한 엄격한 진상조사와 함께 원주민들에 대한 피해대책 강구, 사업 진행 혹은 취소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주찬범 위원장은 "태안3지구 사고는 만년제 위치를 오기한 경기도박물관, 유적지 지표조사에 만년제를 누락한 경기문화재연구원 등 경기도 산하기관의 잘못도 있지만 가장 큰 잘못은 사업승인 과정에 반드시 요구되는 만년제에 대한 "문화재 영향평가", "현상변경허가", "올바른 이익형량" 등을 모두 생략하고 태안3지구 사업을 계획·추진·승인 해버린 경기도 화성시 LH공사의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태안3지구 관련 기관의 진상규명 의지를 살펴본 후 감사원 감사청구를 비롯해 검찰고발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태안3지구로 인해 십수년간 피해를 입어온 원주민들은 이주자택지·협의자택지·상가 및 임대주택 대상자 등 모두 280여명에 달하며 이중 일부는 이미 사망했다.